최근 영화 ‘파묘(破墓)’가 개봉 후 관객 1000만 명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이 영화는 풍수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기존의 풍수 관련 영화나 드라마들이 이만큼의 흥행을 달성한 적은 없다. 필자인 풍수학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영화 속 풍수의 묘사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파묘의 정의와 이유
‘파묘’란 무덤을 파헤치는 행위를 의미한다. 주로 기존의 무덤이 가문의 불운을 가져온다고 판단될 때나 후손들이 무덤을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 파묘가 이뤄진다. 영화 ‘파묘’는 주인공 무당 화림(김고은)이 LA에 사는 재벌 가문에서 가문의 불운을 ‘묫바람’이라는 풍수적인 문제로 진단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는 조상 묘가 좋은 곳에 자리하면 후손이 복을 받고, 나쁜 곳에 있으면 불운이 따른다는 풍수설에 기반한 이야기다.
쇠말뚝과 묫바람의 관계
영화는 이 가문이 불운을 겪는 이유를 악지(惡地)와 관련된 ‘쇠말뚝’에 비유하며 설명한다. 묫바람과 쇠말뚝은 영화의 주요 요소로 등장하지만, 이들이 실제 풍수에서 가지는 의미와는 다르다. 영화에서는 악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무덤을 소각하는 장면이 나오며, 주인공들이 무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쇠말뚝은 땅의 기운을 차단하여 무덤의 후손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상징적인 물건이다. 그러나 감독은 이를 한일 관계의 역사적 갈등과 결부시키며, 조선과 일본의 풍수 전쟁을 암시하는 소재로 사용한다.
역사적 왜곡의 문제
첫째, 영화에 등장하는 ‘쇠말뚝설’은 19세기 일본이 조선을 침탈하는 과정에서 조선의 지맥을 끊었다는 잘못된 풍수설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 일본은 조선의 지맥을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은 것이 아니라 측량을 위해 세운 삼각점에 기초한 오해에서 나온 것이다.
둘째, 영화 속 음양사 무라야마 준지로는 실존 인물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과 연관 지어 그려졌으나, 그는 오히려 조선의 풍수를 연구하고 보존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가 남긴 풍수 연구는 조선 풍수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중요한 자료로 남아있다.
셋째, ‘쇠말뚝설’은 조선의 유교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곤륜산에서 백두산, 한반도로 이어지는 신성한 지맥에 쇠말뚝을 박는다는 관념이 조선에서 생겨난 것으로, 일본의 침략과는 무관한 것이다.
현대 풍수와 영화 속 오해
현대 풍수에서는 특정 지역의 진산(鎭山)이 지역의 기운을 보호하는 상징으로 중요시되며, 서울은 삼각산, 대구는 팔공산 등이 중요한 산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은 풍수적 사고는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되며, 오늘날에는 지방 자치 시대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영화 ‘파묘’는 관객들에게 서스펜스와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풍수학적 오류는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