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차가운 시선과 무시에 상처를 받아 6년째 방 안에 틀어박혀 생활 중인 남편. 그리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남편의 분노가 두려워 점점 말을 아끼며 거리를 두게 된 아내. 부부가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철저히 단절된 일상을 살아가는 이른바 ‘격리 부부’가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 등장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프로그램의 오프닝에서는 MC 박지민이 출연진들에게 “잠수 이별과 환승 이별 중 어떤 이별이 더 상처가 클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화두를 던진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환승 이별’을, MC 소유진은 ‘잠수 이별’을 더 힘든 방식으로 꼽았다. 부부 관계 속 다양한 이별의 방식이 시청자들의 공감과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번 방송의 중심에는 17년차 부부가 있다. 두 사람은 너무 오랜 시간 함께 외출한 기억도 없을 정도로 함께하지 않았고, 얼굴을 마주하는 일도 드물다고 말한다. 심지어 식사 자리에서도 대화 없이 조용히 밥을 먹으며, 아내와 두 아들은 남편이 함께하지 않음을 당연하게 여긴다. 남편이 머무는 방은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굳게 닫혀 있으며, 에어컨 바람조차 닿지 않는 고립된 공간에서 그는 생활하고 있다.
아내는 남편의 감정 상태를 방문의 열린 각도로 파악한다고 말한다. 문이 완전히 닫혀 있으면 화가 난 상태, 약간 열려 있으면 식사를 하자는 신호라고 설명한다. 아내는 “내가 얼마나 싫으면 방 안에만 있으려 할까”라며 슬픈 마음을 드러낸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남편이 과거, 집을 떠나기 위해 별도로 원룸 전세를 구한 적도 있다는 점이다. 남편은 당시 아내에게 “네 얼굴만 봐도 화가 난다”고 말하며, 가족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겠다며 거처를 따로 마련했지만, 정작 그는 여전히 본가에서 생활했다. 이 모순적인 행동에 대해 오은영 박사는 “누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두 사람의 성향 자체가 너무나 다르다고 분석한다.
촬영 내내 대화 한 마디 없던 부부는 마지막 날, 제작진의 전언을 계기로 처음으로 본격적인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중심 화제는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이견이었다. 아내는 남편의 감정 기복이 심해 약을 복용시켰고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남편은 갈등의 원인이 오롯이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로만 치부되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한다.
남편은 아내가 평소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며 마음의 문을 닫았고, 그런 남편의 분노가 두려운 아내는 이제 더 이상 문을 두드릴 용기를 잃었다. 이렇게 서로를 오해하고 두려워하며 반복되는 갈등 속에 빠진 두 사람은 ‘격리’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단절 상태에 있다.
끊임없이 엇갈리는 이 부부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오은영 박사가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 이들의 이야기는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