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을 기점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던 보이저 1호와 2호의 트위터 계정 운영은 중단되어 아카이브로 남게 되었지만, 이 탐사선들이 우주 탐사 역사에 남기고 있는 족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주 탐사 미션이 우리에게 놀라운 발견을 안겨줄 때마다 인류의 지식은 한 단계 도약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NASA는 50년 가까이 임무를 수행 중인 보이저 1호의 경이로운 생존 소식과 함께, 화성 궤도선 메이븐(MAVEN)의 통신 두절이라는 우려 섞인 소식을 동시에 전하며 우주 탐사의 영광과 난관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목성과 토성 탐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보이저 1호의 역사를 따라가 보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한 매혹적인 여행과도 같다. NASA의 기록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쌍둥이 탐사선인 보이저 2호보다 늦은 1977년 9월 5일에 발사되었으나, 그해 12월 15일 형제 탐사선을 추월하며 더 빠른 속도로 심우주를 향해 나아갔다. 1978년 4월 목성 관측을 시작한 보이저 1호는 96초 간격으로 사진을 촬영하며 목성의 생생한 모습을 지구로 전송했다.
1979년에 이르러 보이저 1호는 목성의 고리 시스템과 다수의 위성을 발견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테베(Thebe)와 메티스(Metis)라는 새로운 위성의 발견과 위성들의 초근접 촬영은 행성 과학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이어 1980년 11월에는 토성에 가장 근접하여 비행하며 5개의 새로운 위성과 고리 구조를 추가로 밝혀냈다. 무엇보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을 촬영한 사진은 두꺼운 대기가 표면을 완전히 가리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분석 결과 대기의 90%가 질소로 구성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메탄 및 복잡한 탄화수소와 함께 타이탄에서 생명체 탄생 이전의 화학 반응이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태양계 가족사진과 창백한 푸른 점
보이저 1호가 남긴 가장 감동적인 유산 중 하나는 1990년에 촬영된 ‘태양계 가족사진’이다. 이는 보이저 1호가 마지막으로 촬영한 64장의 이미지 중 하나로, 칼 세이건이 언급하여 유명해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을 포함하고 있다. 이 사진들은 인류가 우주 속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며 전 세계인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현재까지도 보이저 1호는 살아서 작동 중이다. 우주선은 여전히 우주선(cosmic ray) 망원경, 저에너지 대전 입자 실험 장비, 자력계, 플라즈마 파동 실험 장비 등 4개의 관측 기기를 가동하며 NASA의 심우주 통신망(Deep Space Network)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과 통신 지연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상상하기 힘들 만큼 먼 거리에 있다. 2026년 11월이 되면 지구와의 거리는 빛의 속도로 하루가 걸리는 거리, 즉 약 160억 마일(약 257억 km)에 달하게 된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보이저 프로젝트 매니저 수지 도드(Suzy Dodd)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월요일 오전 8시에 보이저 1호에게 ‘좋은 아침’이라고 명령을 보내면, 수요일 오전 8시쯤이 되어서야 답신을 받을 수 있다”며 그 거리감을 설명했다.
물론 50년 가까이 운용된 탐사선의 수명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NASA는 전력 감소에 따라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관측 장비의 전원을 끄기 시작했으며, 2025년경까지는 최소 하나의 과학 장비만이라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탐사선의 전력이 얼마나 남아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엔지니어들은 2036년까지는 심우주 통신망을 통해 미약하게나마 신호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성 탐사선 메이븐의 갑작스러운 교신 두절
보이저 1호가 노익장을 과시하며 데이터를 보내오는 반면, 화성에서는 긴박한 소식이 들려왔다. NASA는 화성 대기 및 휘발성 진화 탐사선인 메이븐(MAVEN)과의 통신이 두절되었다고 밝혔다. 메이븐은 2013년 11월에 발사되어 2014년 9월 화성 궤도에 진입한 후, 화성 대기 조사 및 지표면 로버들의 통신 중계 역할을 수행해 왔다.
NASA에 따르면 최근 수신된 원격 측정 데이터상으로는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메이븐이 궤도상 화성 뒤편으로 이동하면서 예정된 통신 차단 구간에 들어갔고, 다시 시야에 들어온 이후에도 지상국은 탐사선으로부터 아무런 신호를 감지하지 못했다. 전파가 행성을 뚫고 전달될 수 없기에 화성 뒤편에서의 통신 단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궤도를 돌아 나온 후에도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과거의 위기를 넘겼던 메이븐, 이번에는?
메이븐은 과거에도 몇 차례 위기를 겪은 바 있다. 2015년에는 화성 정찰 위성(MRO)과 위험할 정도로 근접하여 NASA가 궤도 교통 관리 시스템을 새로 도입해야 했으며, 2017년에는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와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어 엔진을 분사해 궤도를 수정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2022년에는 내비게이션 장비 재부팅 후 통신이 두절되어 안전 모드(Safe Mode)에 들어갔으나, 엔지니어들의 노력 끝에 복구되어 향후 10년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우주 탐사는 50년을 버티는 기적과 한순간의 침묵이 공존하는 영역이다. NASA의 엔지니어들은 현재 침묵에 빠진 메이븐과의 교신을 재개하기 위해 다각도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보이저 1호가 보여준 끈질긴 생명력처럼, 메이븐 또한 다시 지구로 신호를 보내올 수 있을지 전 세계 우주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