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지난 10일 암호화폐 시장이 사상 최대 수준의 일일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옵션 시장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추가적인 변동성과 하락에 대비하려는 트레이더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시장 붕괴와 그 여파
시장 참여자들에 따르면, 지난 10일 암호화폐 시장은 극심한 패닉에 휩싸였으며, 190억 달러(약 26조 원)가 넘는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었습니다. 낮은 유동성은 이러한 급격한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분석가들은 이번 하락으로 인한 24시간 내 시가총액 손실 규모가 역대 최대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올해 2월 폭락 당시의 9배, 2020년 3월의 대폭락 및 2022년 11월 FTX 거래소 파산 사태와 비교했을 때 무려 19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비트코인은 10일 고점 대비 한때 14% 이상 급락했으며, 이더리움 역시 12.2% 하락했습니다. ‘알트코인’으로 불리는 다른 암호화폐들은 더욱 큰 타격을 입어, HYPE는 54%, DOGE는 62%, AVAX는 70%에 달하는 폭락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말 사이 중국에 대한 발언 수위를 낮추며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며 중국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고 언급하자, 암호화폐 시장은 일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직격탄 맞은 알트코인 시장
이번 시장 붕괴로 인해 발생한 전체 손실액 3800억 달러(약 528조 원) 중 약 1310억 달러(약 182조 원)가 알트코인 시장에서 발생했다고 투자 리서치 기관 ’10x Research’는 분석했습니다. 비트코인이 13% 하락하는 동안, 다수의 알트코인은 일시적 반등 전까지 최대 80%에 달하는 하락을 겪었습니다.
알트코인 시장은 유동성이 부족하고, 투기적 수요와 데이 트레이더들의 과도한 홍보에 의존해 온 경향이 있습니다. 시바견 밈(meme)에서 시작된 ‘도지코인’이나 만화 캐릭터에서 유래한 ‘페페(PEPE)’ 코인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실제로 올해 초 홍보되었던 트럼프 관련 밈 코인은 10일 하루 동안 37% 하락했으며, 그의 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젝트 토큰인 ‘WLFI’ 역시 비슷한 하락률을 보였습니다.
시장 분석 및 향후 전망
암호화폐 옵션 거래 플랫폼 ‘Deribit.xyz’의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풋옵션(매도 권리)에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향후 추가적인 하락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만 저명한 암호화폐 분석가 윌리 우(Willy Woo)는 비트코인으로의 투자 자금 유입은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서 자금이 이탈했다기보다는, 위험성이 높은 알트코인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비트코인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전체 시장의 대규모 하락을 예고하는 신호로 여겨져 왔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 70%에 달했던 비트코인 점유율은 2022년 말 38%까지 하락했고, 그 직후 약세장이 찾아왔습니다. 이번 하락 직전에도 비트코인 점유율은 지난 7월 약 65%에서 현재 58.5%까지 하락한 상태였습니다.
AirdropAlert.com을 운영하는 트레이더 모튼 크리스텐센은 “알트코인의 문제는 더 큰 상승 가능성만큼이나 하루에 50%, 일주일에 90%씩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사이클의 막바지에 가까워진 현시점에서 포트폴리오를 걸고 도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암호화폐 마켓메이커인 윈터뮤트(Wintermute)의 최고경영자(CEO) 예브게니 개보이는 이번 사태로 데이 트레이더들이 입은 막대한 손실을 언급하며 “알트코인 시장은 앞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