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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전 0-5 참패의 충격, 월드컵 티켓 전쟁으로 이어지다

By정지원 (Jung Ji-won)

12월 11, 2025

브라질의 파상공세는 마치 그치지 않는 장대비와 같았다. 한국 대표팀은 수비 라인을 깊숙이 내리며 버티려 했지만, 상대의 현란한 개인기와 유기적인 패스 워크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실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상대의 화려한 개인 기술을 제어하기에 우리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턱없이 부족했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해야 하는 홍명보호에게 이번 경기는 뼈아픈 현실 자각의 시간이 되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사실만이 그라운드 위에 선명하게 남았다.

무기력한 0-5 참패, 상처뿐인 기록 경신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지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6위)과의 평가전에서 0-5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대패했다. 후반 21분 김진규(전북)의 슈팅이 유일한 유효 슈팅이었을 정도로, 90분 내내 제대로 된 반격 한 번 펼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주저앉았다. 한국이 A매치에서 5골 이상을 내주며 패배한 것은 지난 2016년 6월 스페인 원정(1-6 패) 이후 처음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안방에서 치러진 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5골 차 영패’를 당한 것이 2001년 대구에서 열린 프랑스전 이후 무려 24년 만이라는 점이다.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이상 레알 마드리드), 마테우스 쿠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스테방(첼시) 등 초호화 공격진을 앞세운 브라질은 예상대로 경기 시작과 동시에 한국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전반 13분, 브루누 기마랑이스(뉴캐슬)의 침투 패스를 받은 에스테방이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골 잔치의 서막을 알렸다. 한국은 만회골을 노렸으나 상대 수비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강인의 번뜩이는 개인기는 길목을 지키는 브라질 수비에 가로막혔고, 손흥민을 활용한 역습 전개마저 상대에게 번번이 읽히고 말았다.

클래스의 차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수비벽

전반 41분, 브라질은 차원이 다른 클래스를 증명하며 추가골을 뽑아냈다. 비니시우스가 오른쪽 측면의 호드리구에게 연결했고, 이를 카세미루(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감각적인 원터치 패스로 박스 안으로 투입했다. 다시 공을 받은 호드리구가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한국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당시 페널티 박스 안에는 무려 9명의 한국 선수가 있었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브라질의 ‘티키타카’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후반 들어 한국은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후반 2분 만에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김주성의 백패스를 처리하던 김민재의 트래핑 실수를 에스테방이 놓치지 않고 가로채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불과 2분 뒤에는 호드리구가 자신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스코어는 순식간에 0-4로 벌어졌다.

홍 감독은 후반 18분 손흥민, 이재성, 김민재를 빼고 오현규, 박진섭, 김진규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지만 의미 있는 반격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32분 역습 상황에서 비니시우스가 한국 수비진을 단독 드리블로 유린하며 쐐기골을 터뜨렸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6만 3천여 관중석에서는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고, 일부 팬들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날 A매치 137경기 출전이라는 한국 역대 최다 출전 신기록을 세웠지만, 팀의 참패 속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월드컵 티켓 전쟁 점화, 치솟는 가격

대표팀이 안방에서 쓴맛을 보는 동안, 내년 여름 북중미에서 열릴 ‘진짜 승부’를 향한 열기는 벌써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목요일 오전, 월드컵 티켓의 추가 판매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지난주 조 추첨이 완료되어 대진표와 날짜, 시간이 확정된 이후 열리는 첫 판매인 만큼 팬들의 신용카드 결제액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전 판매가 단순히 날짜와 장소만 보고 구매하는 ‘블라인드 티켓’이었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골라 살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전체 48개 참가국 중 42개 팀이 이미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 남은 6장의 티켓을 두고 통산 4회 우승국 이탈리아, 감동의 드라마를 꿈꾸는 우크라이나, 그리고 2002년 3위의 영광 재현을 노리는 튀르키예 등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의 열기, 애틀랜타의 뜻밖의 행운

북미 16개 경기장에서 펼쳐질 72경기의 조별리그 티켓 가격은 개최국인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경기에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특히 2차 티켓 시장의 동향을 보면 멕시코시티의 에스타디오 아스테카에서 열리는 경기들이 가장 뜨거운 감자다.

미국 티켓 재판매 사이트 스텁허브(StubHub)에 따르면 수요일 정오 기준, 6월 11일 열리는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개막전 티켓 최저가는 무려 3,900달러(한화 약 550만 원)를 넘어섰다.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조별리그 3경기의 평균 티켓 가격만 해도 2,300달러에 달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도 있다.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5경기의 평균 진입 가격은 300달러 초반대로 형성되어 있다. 애틀랜타 유나이티드가 MLS 흥행 강호이고, 스페인의 ‘신성’ 라민 야말이 출전하는 경기가 두 차례나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메시와 호날두, 여전한 흥행 보증수표

전체적인 조별리그 티켓 시세를 보면 개최국 멕시코 경기는 평균 2,600달러 이상, 미국과 캐나다 경기는 1,1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역시나 ‘슈퍼스타’가 있는 팀들의 경기는 부르는 게 값이다.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르투갈, 그리고 브라질과 콜롬비아 경기의 티켓 진입 가격은 평균 1,000달러를 상회한다.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축구 팬들에게도 희망은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는 카보베르데의 경기를 노려보는 것이다. 현재 2차 시장에서 카보베르데 경기 티켓은 300달러 초반대에 구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월드컵의 현장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